한 권의 책을 읽으며 이리도 마음이 왔다 갔다한 적이 있을까? 에세이라고 하기에는 문장이 소설같았고 소설이라기엔 작가의 내밀한 삶들이 너무나 고스란히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소설과 에세이의 중간 어디쯤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있다면 이런 책이 아닐까 싶다.
저자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읽기 시작했을때 쉽게 읽히는 것이 조금 못마땅하기도 했다. 흔한 소재라고도 생각했다. 혼혈인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과 방황이라는 너무나 흔한 소재이기에.
중간 쯤 읽을 때는 나의 사춘기와 엄마와의 갈등이 떠올랐다. 저자처럼 강렬하게 저항하지는 않았지만 내면의 풍경만큼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아 매우 공감하면서 읽게 되었다.
2/3쯤 읽었을 때 저자와의 북토크에 참여하게 되었다. 많은 참여자들이 생겨 줌 연결이 원활하지 않았던 일, 입장하고 싶어도 입장할 수 없어 매우 아쉬워한 나머지 화를 내는 독자들의 열렬함에 더 놀랐던 것 같다. 미국인의 작품이라서 그랬을까? 유명해서 그랬을까? 국내 작가와의 북토크에는 열 명도 안되는 사람들이 참여했을 뿐인 사실이 떠올라 조금 떨떠름하기도 했다. 무엇이 이렇게 많은 독자를 불러 모으게 했을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
삶과 고통이 그대로 배어 있는 글을 읽으면서 그만큼의 애정을 들이지 못하는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는 바 실제로 만나 본 (온라인이지만) 작가는 매우 진실해 보였기 때문에 다시 완독할 에너지와 동기를 얻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보편성과 독특성을 동시에 갖고 있어 작가가 책이고 책이 작가인 듯한 인상을 주는 독서였다.
좋은 책은 무엇인가에 여러 답들이 있겠지만, 몸으로 쓴 글, 시간을 들여 정직하게 쓴 글, 누군가를 깊게 사랑한 경험을 쓴 글이라면 충분히 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글을 쓴다면 이런 분위기의 글이 되지 않을까,라고도 생각했다. 상황과 환경이 매우 다르지만, 폭발하는 듯한 감정과 예민함 강박적인 면모 외곬수같은 모습은 나와 매우 비슷해서 놀라기도 했다.
음식이 주된 소재이기는 하지만 주제까지는 아닌 것으로 읽었다. 엄마와 딸, 성장, 깊은 사랑 등 보편적 정서에 더 무게 중심을 두며 읽어갔고 읽는 내내 작가의 슬픔과 회한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 다른 의미로 힘든 독서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낯설게 보기에 대해서 생각을 정리하면, 익숙한 환경을 매우 낯설게 보는 것은 어렵지만 꼭 외부인의 시선이 아니더라도 가까운 주변의 사람들을 보면서도 느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며 생생하고 의미있는 삶을 살고 싶다면 늘 자신을 경계하며 낯설게 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꼭 타국인의 시선이 아니더라도 이미 충분히 우리 주변에는 낯선 풍경들이 많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