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자기 자식은 아니었으니까 뭔가 힘들었던 게지.”
나는 추어탕에 제핏가루를 솔솔 뿌리며 대꾸했다.
“그런 말씀을 제 앞에서 참 잘도 하시네요.”
할아버지는 나를 쳐다보고는 피식 웃었다. 나는 풋고추를 아작아작 소리가 나도록 씹었다. 그날의 식탁이 좋았다. 뚝배기에 담긴 추어탕과 맑게 붉은 깍두기와 제핏가루의 향과 우리의 짧은 대화를 나는 마음에 담아 두었다. 나를 쳐다보고 피식 웃고 말았던 할아버지의 표정도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았다. 내가 처음 만들어 드렸던 된장찌개를 맛본 할아버지의 모습처럼. 어쩌면 평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