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가 옳았어, 라고 순순히 인정하고 투항하고 싶었다.(124) 나는 음식과 와인으로 배를 가득 채우고 아빠가 계산하는 동안 조용히 앉아 있다가 기어이 감정의 마개를 열었다. 그동안 꽉 닫아두고 있었던 그 마개를. 그동안 나는 음식만이 아니라 생각마저 굶주려 있었다. (276) 얼굴이 수영장 물 절반쯤은 머금은 느낌이었다.(275) 갖가지 감정이 밀려와 우리 가슴을 찢어놓았지만 그런 패배감 또한 이상할 정도로 당혹스러웠다. (287)
우리는 멋진 경관에 무감각했고 무감동했으며 조용히 비참했고 서로를 어떻게 도와야 할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290) 내가 진짜로 원한 요리는 바로 이것이란 걸. 이 담백한 죽은 난생 생처음으로 내게 깊은 만족감을 준 요리였다.(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