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가 옳았어, 라고 순순히 인정하고 투항하고 싶었다."
격한 사춘기를 겪으며 점점 벌어지는 엄마와의 사이가 엄마의 암발병 소식으로 극적으로 바뀌는 장면 중에서 나는 이 구절이 특히 좋았다. 엄마는 딸에게 자신이 경험한 것 중 가장 좋은 것을 전수하지만 딸은 그것을 알아듣지 못한다. 나중에 딸이 또 엄마가 되면 자신의 딸에게도 그렇게 할 거면서... 다만, 부모 자식도 엄연히 타인이므로 좀더 세밀하고 정확한 사랑이 필요한 것은 맞다.
딸은 부모에게 '당신이 틀렸어. 내가 맞아' 라는 메세지를 보내며 또 한 명의 어른이 되려고 애쓰는 과정을 겪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내뱉는 온갖 메세지들로 상처를 받는 것은 아닌지.
화해를 하려면 자신의 모습을 잘 인식하기도 해야 하고 용기도 필요하다. 자신의 모습을 잘 알아도 그것을 상대에게 표현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대부분 이 과정에서 실패하곤 한다. 딸은 엄마로 부터 주체적인 존재로 인정받고 싶었지만 엄마의 삶과 시간, 경험에서도 진실을 발견할 때 그 지점을 정확히 포착하고 인정하고 전달하는 과정이 매우 감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