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엄마가 어릴 때 즐겨 먹었다던 과자들과, 그때의 나만큼 어렸을 적에 엄마는 어땠을지 상상해보려고 무진 애를 쓰던 기억도, 그때 나는 엄마라는 사람을 온전히 그려내기 위해, 엄마가 한 일이라면 뭐든지 다 좋아하고 싶었더랬다.
19/ 누가 나처럼 죽을 때까지 영영 못 볼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을까?
21/ 우리는 서로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얼굴에 다 쓰여 있다. 저마다 조요ㅕㅇ히 앉아서 점심을 먹지만 이곳에 온 이유는 다 같다. 모두가 고향의 한 조각을 우리 자신의 한 조각을 찾고 있다.
외국버전도 있다고 알고 있다. 외국에 우리나라 문화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 음식과 관련된 부분이나 의식하지 못할만큼 한국 문화에서 친숙하게 알고 있는 것들이 너무나도 잘 묘사되어 있기 때문이다.
번역가님도 너무 잘 번역해주셨다.
21/ 나는 오늘도 H마트 식당가에서, 엄마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의 첫장을 찾아 헤맨다.
이와 같은 표현들은 원어로는 나타나기 어려운 것이 아닐까라는 추측을 해본다.
22/ 그 끝없는 잔소리가 지겨울 때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제발 편하게 좀 먹자고 곧잘 짜증을 부렸다. 하지만 대개는 그 잔소리가 한국 엄마들이 하는 최고의 애정표현이라는 걸 모르지 않았고, 그 사랑을 소중히 여겼다. 그걸 되찾을 수만 있다면 당장 무슨 일이라도 다 하련만......
최근 엄마가 외할머니의 건강으로 인해 혼자 우시는 것을 보았다. 나는 아직 엄마의 잔소리에 짜증을 내고 귀찮아 하지만 나도 미쉘자우너 작가님처럼 그 잔소리가 그리운 날이 있겠지?
32/ 나는 이렇게 오도 가도 못하는 외로운 신세에, 이야기를 나누거나 의지할 사람이라곤 달랑 엄마 밖에 없는 외동이었다.
나도 외동이기 때문에 엄마, 아빠가 돌아가시면 아무도 없을 것이라 이 말에 공감하게 된다.
34/ 단언컨대 이 세상 누구도 우리 엄마보다 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나느 그 사실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35/ 엄마는 나를 실현 가능한 최상의 버전으로 만들려고 갖은 노력을 다했다.
우리 엄마도 나를 위해 여러 가지를 했다고 한다. 귀가 눌려있어서 옆쪽으로 눕지 않도록 했다고 하고, 귀도 매일 펴주었다고 한다. 모든 엄마들은 자녀들을 최상의 버전으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 맞다.
84/ 아니 어쩌면, 내가 나만의 길을 개척하고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누군가를 찾았음을 비로소 받아들이고, 마침내 내가 어떻게든 잘해낼 거라고 믿게 된 건지도 모른다.
131/ 우리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마침내 내가 진 빚을 갚는, 그토록 오랫동안 당연하게 받아온 사랑과 보살핌을 조금이나마 되돌려주는 기분좋은 상상을 했다. 엄마를 위로하고 한국을 떠올리게 할 그런 음식들을 엄마가 좋아하는 방식 그대로 만들어 엄마의 기운을 북돋고, 몸에 충ㅇ분히 영양을 공급하고, 회복에 필요한 힘을 되찾아줄 생각이었다.
140/ 한국 엄마들은 서로를 자기 아이의 이름으로 불렀다. 이를테면 지연의 엄마는 지연 엄마라고, 에스터의 엄마는 에스터 엄마라고 불렀다. 나는 그분들의 진짜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다. 자신의 정체성이 자기 아이들에게 흡수되어버린 것이다.
144/ 엄마는 내가 그토록 까탈스러운 아기였을 때 어떻게 나를 달래 타협을 하고 묘안을 찾아냈을까?
작가님과의 줌으로 북토크도 인상깊었다. 열심히 준비해주신 독파 메이트님과 통역사님도 감사하고, 이런 자리를 만들어 준 문학동네에도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 끝으로 작가님이 부탁하셨던 김수미님께 책이 잘 전달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