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다 그것을 함축적으로 드러내는 여러 가지 유무형의 요소들이 있다.
미셸 자우너는 그중에서도 음식에 주력하였는데,
감정과 함께 섬세하게 묘사되는 맛과 식감에 대한 표현은
지금 당장 그 음식을 만들어야 할 것 같은 충동을 불러 일으킨다.
일차적으로 드러나는 음식과, 그 뒤로 언급되는 문화(라고 표현하면 너무 거창하게 느껴지는, 소소한 것들)를 보면서
bi-정체성과 a-정체성 사이를 부유하는 많은 사람들을 생각했다.
누구나 관계나 성장에서 생기는 여러 통증들, 그것에 수반되는 감정적 소모를 겪는데,
그런 피로가 몰려올 때에는 가장 단순하고 일차적인 욕구에 충실해보는 것도 방법이 된다.
된장찌개가, 잣죽이, 직접 담근 김치가 애도와 상실을 극복하는 방법이 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