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호박죽.
겨울만 되면 엄마는 늘 커다란 늙은 호박을 어디선가 구해 와서 곰국을 끓이는 들통에 넣고 쪄서 온식구가 며칠은 너끈히 먹을수 있는 양의 호박죽을 만들고는했다.
속 노란 호박의 색감이 시각을 자극하고
설탕을 넣어 달콤해진 맛은 입맛을 돋궈 먹는 내내
즐거움이 컸었다. 두툼한 새알과 팥을 섞어 제법 든든한 한 끼가 되는 죽을 어린 나이에는 디저트로 먹었다니 다이어트를 늘 하는 지금의 나에게는 죽 한 끼도 있을 수 없다!
잦은 다이어트로 몸이 많이 상했다는 생각이들면 호박죽이나 고구마타락죽을 만들어먹는다.
스스로 챙기기에 감정적으로 많이 지칠때는 죽을 만들며 엄마를 떠올리고 누군가의 관심과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위안을 얻는다.
엄마는 나이 70인데도 여전히 겨울만 되면 호박죽을 만든다. 그리고 가끔 통화를하면 나에게 죽을 가져 가겠냐고 묻고는 한다.
안부대신 묻는 말,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처럼 엄마는 자신의 정을 그렇게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