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작가의 '공원에서'라는 작품 끝부분이 기억에 남아요. 더이상 공원에 속할 수 없는, 그러니까 공공의 장소, 모두에게 공평한 장소라는 의미로부터 쫓겨난듯한 기분으로 앉아있는 화자에게 한 여자아이가 다가옵니다. 가주라고 부탁해도 우는 사람을 두고는 못 간다고 이야기해요. 여자 아이가 자기 강아지를 만지게 해주는데, 그게 화자의 기분을 나아지게 해주지도 않고 공공으로부터 쫓겨난 감각을 회복시켜주지도 않아요. 그러나 강아지의 목을 조르고 싶은 적의와 자신이 살고싶음 깨닫는 연약한 마음의 공존을 감각하게 됩니다. 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화자를 폭행한 남자, 공원에 있던 방관자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수색하는 경찰 등등 끔찍한 것들이 모인 세상 안에서 일어나는 묘한 북적임을 계속 생각해보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