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발효가 통제된 죽음이라고 생각했다. 배추는 놔두면 곰팡이가 피고 부패한다. 썩어 못 먹게 된다. 하지만 배추를 소금에 절여두면 부패 과정이 완전히 달라진다. 당이 분해되면서 젖산을 만들어내 배추가 썩지 않게 되고, 그 과정에서 탄산가스가 나와 절임이 산성화된다. 그렇게 해서 시간이 지날수록 색과 질감변하고, 톡 쏘는 새콤새콤한 맛이 나게 된다. 요컨대 발효는 시간 속에 존재해 변화한다. 그러니 발효가 완전히 통제된 죽음인 건 아니다. 사실상 새로운 방식으로 생명을 누리게 되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