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 모든 게 지나치게 정답 같은 질문과 대답들. 옳은 것이 분명한 이야기들. 좋은 사람이라면 추구해야 하는 가치들. 마땅히 해야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들. 어쩌면 자신도, 해민도 살면서 그런 것들을 한 번쯤 꿈꿔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였다.
그건 희망의 모습과 비슷했다.
219. 미애는 턱까지 내려온 해민의 마스크를 제대로 씌워준 뒤 아이의 손을 잡았다. 아니, 작지만 단단한 아이의 손이 먼저 미애의 손을 힘껏 움켜쥐었다.
234. 진우는 후에 곱씹을수록 화가 났지만 서인이 처음 그 말을 꺼냈을 때는 칠년이라는 시간에 압도되어서 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서인과 칠 년을 부부로 지내왔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언제 시간이 그렇게 흘렀던가. 무슨 생각으로 칠 년이라는 시간을 보내온 건지 알 수 없었다.
244. 서인은 아파트를 구했던 때처럼 혼자 은행과 부동산을 바쁘게 다닌 후에 외곽의 단독주택을 계약했다.
245. 언젠가부터 알 수 없는 풀이 허리까지 올라와 있었다. 진우는 버려진 정글처럼 보이는 뒤뜰을 바라보면서 어느 편이 더 나은지 알 수 없었다. 먹지도 않는 채소들이 가득한 뜰과 보기 흉한 잡초로 뒤덮이 뜰 중에 무엇이 더 나쁜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253. 진우와 서인은 빛나는 순간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빛나는 순간. 진우는 그들이 늘 그것을 기다려왔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에게 절대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325. 이 상의 목적은 기존의 어법과 이해에 반발하거나 그것을 넘어서는 새로운 세대의 글쓰기를 조명하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