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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나는 내가 사는 걸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건 처음에는 너무 뜬금없고 이상한 감정처럼 느껴졌는데 점점 선명해졌다. 뜻대로 된 적은 별로 없지만 나는 사는 게 좋았다. 내가 겪은 모든 모욕들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극복해내고 싶을 만큼 좋아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사는 건 좋다. 살아서 개 같은 것들을 쓰다듬는 것은 특히나 더 좋다.
개를 쓰다듬으면서 나는 죽이고 싶은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했다. 개를 쓰다듬으면서, 개의 활력과 온기를 느끼면서, 어떻게 하면 그 인간들에게 복수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짓이겨버릴 수 있을까. 목을 졸라버릴 수 있을까. 찍소리도 못하게 아주 박살을 내버리고 싶다. 숨통을 끊어놓고 싶다. 그냥 쳐죽이고 싶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고 있다고 아이에게는 말하지 않고 다만 계속 개를 쓰다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