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마음이 힘들어도 시간은 칙칙폭폭 앞으로 나아갔다. 아침, 점심, 저녁이 지나면 밤이 왔고 또다시 하루가 시작됐다. 학교생활이 이어지고 친구를 만나고 이러저러한 사건들을 겪다 보니 어느 틈에 나는 내 처지에 적응해 버렸다. 내 처지에 맞는 미래를 계획하게 됐고 상처를 덜 받는 방법을 터득했다.
가끔은 까닭 없이 울적해지고 암담한 느낌에 심장이 짓눌리는 기분이 되어 버리기도 했지만 우울해한다고 해서 바뀌는 조건도 아니었다. 연우도 결국은 나처럼 될 것이었다. 내가 그랬듯이 어떻게든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힘들겠지만 어쩌겠는가. 현실을 인정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