썼다가, 모조리 지워버린다. 내가 겪지 못한 고통에 대해서는 쓸 수 없음. 차마 묘사할 수 없음. 함부로 재현할 수 없음. 아니, 재현될 수 없음.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음. 그렇기 때문에 쓰면 안 된다는 생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써야 한다는 생각이 교차한다. 아무도 아프지 않고 아무도 슬프지 않은, 그래서 아무런 갈등도 없고 아무런 굴곡도 없는,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다. 차라리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다. 절망으로 가득한 이야기는 쓰고 싶지 않다. 절망적인 이야기를 쓰지 않으려면 절망적인 세상이 아니어야 한다. 세상이 더 나아져야 한다. 세상이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시 쓰기.
_ 두개골의 안과 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