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88. 모조리 지워버린다. 내가 겪지 못한 고통에 대해서는 쓸 수 없음. 차마 묘사할 수 없음. 함부로 재현할 수 없음. 아니, 재현될 수 없음.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음. 그렇기 때문에 쓰면 안 된다는 생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써야 한다는 생각이 교차한다. 아무도 아프지 않고 아무도 슬프지 않은, 그래서 아무런 갈등도 없고 아무런 굴곡도 없는,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다. 차라리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다. 절망으로 가득한 이야기는 쓰고 싶지 않다.
서이제 작가님의 두개골의 안과 밖은 장면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읽는 동안 머릿속에 새 떼들이 날아다녔고, 춥고 스산한 기분마저 들었다.
글에 완전 몰입할 때 가끔 아찔함 마저 느껴지는데 딱 그런 장면들만 모아논 축약본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