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들의 입장이 되어 글을 써보려고 노력하지만 차마 쓸 수 없음. 이미 벌어진 비극에 대해서는 쓸 수 없음. 상상력이 조금이라도 동원되는 순간, 누군가의 고통은 허구가 될 수 있다. 슬픔은 가짜다 될 수 있다. 그런 생각들이 나를 붙잡아 아무것도 쓸 수 없음. 소설을 쓰는 데 상상력을 동원하지 않기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해서 아무것도 쓸 수 없음. 어떤 끄덕거림. 토닥거림. 타자에 대한 공감과 이해는 상상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타자는 내가 상상한 타자이기도 하다. 타자를 함부로 상상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나를 붙잡아 아무것도 쓸 수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