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로 오해당하면 기분 나쁘지 않으냐고 누가 물어본 적이 있었다. 오해당하는 건 괜찮았다. 때로는 안전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 김지연, <공원에서>, 155쪽
이 문장이 마음에 남았던 이유는 내가 여성이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나는 수진처럼 남자로 오해를 '당하는' 일은 없었지만 "안전하다는 느낌"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 안전함이 너무나 부럽다. 안전함에서 나오는 안일함이 부럽다. 한번도 느껴본 적 없는 공포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말을 함부로 얹는 것조차도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