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리 돌보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원영의 오랜 꿈이 이루어졌던, 초파리를 돌보는 일을 하게 된 순간이다. 초파리를 돌보는 일을 사랑하는 원영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고, 나도 원영처럼 어떠한 일을 사랑하고 또 그 일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며 살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겼다.
<공원에서>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문득 사는 걸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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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나는 내가 사는 걸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건 처음에는 너무 뜬금없고 이상한 감정처럼 느껴졌는데 점점 선명해졌다. 뜻대로 된 적은 별로 없지만 나는 사는 게 좋았다.
만약 수진이 사는 것에 대한 뜻이 없었다면, 그랬다면 어쩌면 공원을 가는 게 무섭고, 그래서 밖을 다니는 게 무서워졌다면, 그랬다면 삶을 포기하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수진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생각을 하는 도중에 수진은 자신이 사는 걸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걸 깨닫는다. 사는 것에 대한 목적도 이유도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조금 놀라기도 했다. 그렇다면 나도, 언젠간 사는 걸 무척이나 좋아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