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리 돌보기>의 작가 노트를 읽고 내 노트에 기록해 둔 문장이 있다.
p.43 /
"너무 열심히 하면 무서워져."
공부든, 글쓰기든, 사랑이든. 그 무엇이든 너무 열심히 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생각이 든다고 원영은 말했다. 내가 모르는, 원영은 잘 아는 이들을 떠올리고 있는 것 같았다.
원영과 내가 아는 사이였다면 원영이 떠올리는 사람들 속에 내가 존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어찌됐든 모두가 살기 위해 열심히 무언가를 한다는 건 같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모든 일의 목적이 사는 거라면, 조금은 내려놓고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게 더 오래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골드러시>의 작가 노트를 읽고 내 노트에 기록해 둔 문장이 있다.
p.255 /
지나가버린 사랑을 온 힘을 다해 움켜쥐고 있는 이들을 안쓰럽게 여겨주기를 바란다. 우리가 사랑을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언젠가는 사랑에 다가갈 수도 있지 않겠냐고 말해주기를 바란다.
이 문장은 아마 지금의 내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이라 이해가 되는 게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나는 사랑이라는 게 참 어렵다고 느낀다. 사랑은 하면 할수록 다르고, 느끼면 느낄수록 더 복잡하게 멀어진다. 지나가버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놓아버린 인연을, 잊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머릿속 한켠에 늘 남아 짐처럼 느껴지는 어떠한 순간들을, 언젠가는 사랑에 다가갈 수도 있지 않겠냐고, 그렇게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