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리 돌보기>
"초파리는 사람과 닮은 젊이 많았다. DNA가 절반 이상 같았다. 질병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칠십 퍼센트 이상 일치했다."( p 15)
다양한 일을 경험하고도 '50년 무경력 주부' 꼬리표를 떼지 못했던 이원영. 과학기술원 실험동에서 초파리 사육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그러나 실험동에서 초파리를 훔쳐 왔던 그날부터 원영의 머리카락은 빠지기 시작했다. '미진단 질환' 산재였다. 그러나 원영은 실험동에서의 기억을 아름답게 추억하고 싶다. 지유는 소설 속 인물을 거론하며 엄마에게 정보를 얻으려 노력한다.
"이제 지유 안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잊어서는 안 되었던 무언가가 아니라, 중요한 것을 잊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시장은 트렌드에 맞춰 글을 써줄 것을 은근히 요구하고 있었고, 작가들은 기민하게 다음 책을 출간하고 있었다...
매번 시험대에 올라서는 기분이었다. 정신없이 글을 쓰다가 문득 주변을 둘러보면, 무엇인가 잊어버렸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뭐였더라."(p 19)
"밝혀지지 않던 미진단 질환의 원인을 초파리에게서 찾아내어 치료법까지 개발했다고 적혀 있었다. 다음 장에는 기억과 망각에 대한 초파리 연구 기사가 있었다. 기억 정보를 운반하는 단백질의 속성이 바이러스의 흔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으며, 망각은 뇌 용량의 한계에 의해 수동적으로 발생되는 것이 아니라 망각 세포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파괴 기능이라는 것이었다."(p 24)
원영은 자신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설을 해피엔드로 써달라 부탁한다. 그러나 원영이 말하는 해피엔드는 거짓말이다. 기적일지도 모른다. 평생 누군가를 돌보는 일로 약해지고 마모된 원영. 그러나 그녀는 그로부터 생의 의미를 발견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원영이 원한 해피엔드를 지유 또한 지켜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