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랬던 이건 범죄라고,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간신히 울음을 삼키고 대답했다. 이미 죽은 사람을 어떻게 처벌하느냐고.”
의사는 매우 선의를 가지고 연우나 유리를 보호하려고 또는 어른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안내 아닌 안내를 했지만, 그 말을 듣는 유리의 심정이…. 이 장면이 영상으로 펼쳐지면서 가슴이 매우 아팠다. 선의인 것도 알겠고, 연우를 보살펴야 하는 것도 알겠는데 상황이 엿같고 자신은 너무도 무력해서 어쩔 수도 없는 모든 상황들이 한꺼번에 그려져서 힘들었다.
“나를 향해 세웠던 격변에 금이 갔다면 아마도 그때였을 것이다.”
어려서 학대를 당한 아이들은 마음의 문을 열기도 어렵고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도 매우 서툴다. 잔뜩 긴장해있고 조금이라도 공격을 받는다고 느끼면 여지없이 야수같이 반응한다. 그러다, 어떤 계기로 틈이 생기고 둑이 무너지는 때가 오기도 한다. 운이 좋다면. 지난 날 환경이 좋지 않은 학구에서 근무할 때 목격한 아이들의 모습이 딱 연우같았다. 으르렁대는 승냥이 같았는데, 지혜도 부족하고 경험도 부족했던 지난 날의 실수가 떠올랐다.
다행히 연우와 유리사이에 가느다란 다리같은 게 생긴 것 같아 안도의 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