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아픈 건지 알고 싶었지만 선뜻 묻지 못했다. 할아버지와 나 사이의 규칙은 이런 상황에서도 관성처럼 작동했다.”
개인적인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딸기우유공약>의 냄새가 났다.
“엄마가 ‘금지’라고 말할때는 지켜줘야 했다. 어기면 엄마와 지내는 게 불편해진다”(8쪽) 라는 대목이 그것이다.
작가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마음의 거리를, 심지어 가족이라도, 매우 예민하게 느끼고 지키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 간 이라도 좁힐 수 없거나 너무 좁혀서는 안되는 거리 같은게 있다. 건강한 거리두기라고도 하며 가벼운 심리상담 지식을 알려주는 책이나 영상에서도 흔히 하는 얘기다. 새로울 것은 없지만, ‘거리감’이라는 것을 적절하게 유지하려면 꽤 정성을 들여 말하고 관찰해야 한다. 이런 과정들을 대강 대강하면서 좋은 관계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