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가끔 경양식 돈까스를 해줄 때가 있다. 당근을 작고 둥그스름하게 깎아내어 부드럽고 삶고, 콘샐러드를 올리고, 밥을 둥글게 모양내어 담은 뒤 돈까스와 함께 큰 접시에 담아주셨다. 식전 스프를 먹고 있으면 큰 접시들이 엄마와 함께 등장했다. 돼지고기를 사서 부드러워지도록 두들기고, 빵가루를 입혀 튀기는 과정이 얼마나 고생스러운지 알지 못했다. 귀하게 대접 받는 느낌이 들도록 엄마는 정성스레 요리를 해주었고, 그 경험이 밑거름이 되어 누가 나를 귀하게 여기지 않으면 위험을 감지하고 빠져나올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