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296~297
썼다가 모조리 지워버렸지만, 썼다가 지워버렸다는 사실은 모조리 지워지지 않는다. 사실은 지워지지 않는다. 모자이크로도 가려지지 않는 비극이 있었다. 음 소거로도 지워지지 않는 소리가 있었다.
p. 305~306
어저면 사람들은 새가 되는 게 두려운 게 아니라 죽임당하는 게 두려운 건지도 몰라요.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 아무도 모르게, 누가 누군지도 모르게, 그렇게 이름도 없이 죽는 거 말이에요. 그러니까, 어느 날 갑자기 그냥 죽어도 되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