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공평하게 누려야 할 공간에서 부당한 피해를 입은 화자의 비명이 김지연의 <공원에서>를 이루는 주된 정서로 보인다. 지면을 뚫고 나올것처럼 타오르는 분노의 에너지에 처음에는 조금 당혹감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그것은 오랫동안 약탈당해 온 언어를 한마디라도 붙들어 소리 내고자 하는 마음이 세련된 수사나 우아한 제스처로 표출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현실을 역설하고자 하는 작의일 터다. 문제는 바로 지금, 바로 여기. 숨쉬듯 산재한 폭력 앞에 도무지 한가롭게 꽃노래를 부르거나 고즈넉한 신선놀음을 할 때가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