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만 가면 이 집을 훌훌 털고 떠나려 했는데.
징글징글한 과거는 싹둑 끊어 내고 오롯이 나 혼자 살고 싶었는데.
연우를 만나고 진로 고민이 조금 복잡해졌다.
연우와도 거리를 둘 수 있을까? 거리를 두어야 할까?
떠나지 못할 이유가 생겼는데 이상하게 가뿐했다. (본문 중)
이 상황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251쪽)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유리는 첫날 담임선생님이 쓰라고 한 '자기소개서'에 취미와 특기, 좋아하는 영화 장르, 좋아하는 가수와 배우, 친구 관계와 약간의 가정 사정과 성적 고민, 진로 고민을 적었습니다. 학기 초 담임 고향숙 선생님과의 상담시간은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다는 것까지만 적은 자기소개서를 중간에 놓고 학원에 다니지 않고 인터넷 강의만 듣고도 성적이 괜찮다는 평을 받으며 무난하게 끝났습니다.
할아버지 서행호, 엄마 서정희, 엄마 서정희의 딸 내 이름은 서유리 입니다. 여덟살 때 마지막으로 본 엄마는 나를 입양해 3년간 키워주고 할아버지에게 버리고 떠난 사람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요즘 자주 여행을 떠나고 유리가 대학에 가면 독립할 수 있도록 돈을 마련해 주겠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유리 역시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이 집을 훌훌 털고 떠날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들려 온 엄마의 사고 사망 소식은 유리에게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왜 자신을 입양했는지, 입양을 하고는 왜 버리고 떠났는지, 떠났으면 잘 살아야 하는데 왜 알콜중독과 쓸쓸한 모습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는지 유리는 묻고 싶었으나 대답해 줄 사람은 이미 이 세상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만 열 살의 연우, 엄마의 아들이 장례식이 끝난 후 유리와 할아버지가 사는 집으로 옵니다. 초등학교 4학년으로 올라가야 하는 연우를 여행을 떠난 할아버지를 대신 해 전학 수속을 하고 아침밥을 먹여 학교에 데려다 주는 역활까지 하고 등교를 한 유리는 오후 시간에 한통의 전화를 받습니다. 연우의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어떻게 그 나이에 이렇게 어른스러울 수 있는지. 유리도, 같은 아품을 가지고 있는 세윤도, 밝고 맑아 보이는 미희도, 주봉이도 나름의 최선을 다해 자신의 시간을 채워가는 모습이 참 대견스럽습니다. 담임인 고향숙 선생님도, 딸이 입양한 자식과 낳은 자식을 홀로 키우는 할아버지도 남모를 아픔과 슬픔을 간직하고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오늘을 살아가는 모습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유리가 훌훌 털어버리고 떠나지 못한 이유와 그 이유 때문에 마음이 가뿐해진 까닭은 책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나중에 유리가 커서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 벌써 기대가 됩니다. 고향숙 선생님의 옛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핏줄이 아니어도 단단하게 유리와 연우와 할아버지를 잇는 인연의 끈이 이들을 가족이 되게 만들고 울타리가 되어 주길 바래봅니다. 정말 5월에 꼭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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