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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만 네가 오면 둘이 싸우게 될까봐 그런 거야."
아빠가 나중에 털어놓았다.
우리 엄마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 애처럼 키우기 쉬운 애가 없었다고, 공부는 알아서 해서 쉬라고 뜯어말려야 했고 친구들도 허구헌 날 놀러와서 자고가도 되느냐고 했다고. 학교에서 전화오면 무슨무슨 상을 탔다거나 어디 프로그램에 선발이 되었다거나 모 장학생으로 추천되었다던가 그랬었다고.
그토록 좋은 점만 쏙쏙 골라 기억하던 우리 엄마도 어쩌다 한번씩 털어놓곤 했다. 내가 대학에 진학하기 전 그 때.. 밖에서 우등생이라고 집안에서도 다정한 자식인 건 아니니까.
엄마의 건강이 급격이 나빠진 근 5년, 이 책이 내 얘기인 것만 같아 느리게 읽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