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리 돌보기" p.31
원영은 소설가 지유는 기특해하면서도 지유의 소설은 좋아하지 않았다. 왜 이렇게 어두운 이야기를 쓰냐면서. 등장인물들이 모두 화해를 하고 따뜻한 깨달음을 얻고 행복하게 끝이 나는 이야기를 쓰라면서. 병든 강아지를 어루만지듯 슬픈 표정을 지었다. ---- 지유가 원래 쓰던 스타일의 소설이 내 취향에 더 맞을 것 같았지만, 행복한 이야기를 써 달라고 하는 엄마의 슬픈 표정이 처연하고 안타깝게 느껴졌다. 직접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원영이 방향을 알 수 없는 어둠 속을 헤매고 있는 것 같았고, 끝까지 원인을 알지 못한 채 죽어간다는 생각을 속으로 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남을 돌보는 일만 하던 그가 자신의 삶과 지금의 어둠을 돌보기 위해 행복한 결말과 화해를 원하는 게 아니었을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