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얌전히 굴면 엄마는 계산대에 진열해놓은 주전부리를 사주었다. 보통은 야쿠르트나 작은 컵에 담긴 과일 젤리를 사주었지만, 간혹 찹쌀떡 한 봉지를 사서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같이 나눠 먹기도 했다. 내가 아홉 살 때 선라이즈 마켓은 더 큰 가게로 이전했다. 엄마는 가게 확장과 함께 새로 들여놓은 수입 물건들을 정신없이 구경했다. 작은 나무상자에 담긴 냉동 명란이며 인스턴트 짜장면인 짜파게티며 물고기 모양의 페이스트리에 아이스크림과 단팥 앙꼬를 넣은 붕어빵 같은 것들이었다. 엄마의 지나간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이런 음식들은, 옛날 입맛을 사로잡으려 새롭게 개발된 것들이었다. 우리가 늘 함께 다니던 곳에 혼자 있으려니 기분이 좀 이상했다. 전에는 으레, 파전에 쓸 냉동 모둠 해물과 부침가루를 요리조리 살피면서 어느 게 할머니가 쓰던 것과 가장 비슷한지 열심히 확인하는 엄마를 졸졸 따라다니기만 했으니까. 이제 엄마의 카트에서 벗어나 엄마가 먹고 싶다 한 인스턴트 수프를 찾아 선반을 훑었다. 브랜드를 확인하느라 포장지에 적힌 한글을 떠듬떠듬 읽어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