꼽아볼 정도로 기억남는 소중한 과거는 없지만, 소설 속에서 원영이 실험실을 가는걸 좋아하는 것을 보고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19살 처음 아르바이트를 했던 기억이다. 원영이 했던 일과 같은 텔레마케팅은 아니었지만, 인바운드로 쉴 세 없이 전화기를 쓰는 일이었다. 직장인들과 함께 뒤섞여 출근하는 일은 대학생이던 내게 설렘과 의미없을 자부심을 안겨주었다. 내 자리. 내 책상. 하는 일의 차이가 있는지 없는지 궁금하지도 않고, 그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책상에 앉아 같은 시간 일을하고 같은 시간 집에 간다는게 특별하게 느껴졌던 적이 있었다. 그거 하나로 내가 내 인생을 제대로 살고 있으며, 내 인생 하나쯤은 거뜬하게 책임질 수 있다고 느꼈던 때가. 그때 부푼 꿈의 현실판은 겨우 지금의 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