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학교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에 대한 질문에 답해야 했던 일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고민 없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썼다.
그 시절 내가 가장 좋아했던 음식은 김치 수제비다.
외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나는 외할머니가 직접 담근 김치와 고추장을 좋아했다.
갓 만든 빨간 배추김치도 맛있지만, 푹 익은 묵은지도 맛있었다.
외할머니의 묵은지와 김치국물은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김치수제비 국물을 낼 때, 특별히 우려내거나 첨가할 것도 없이 할머니의 김치국물만 넣으면 만사오케이다.
김치만으로도 맛있어진 육수에 평범한 수제비를 넣은 음식이지만, 내게는 최고의 음식이었다.
요리를 못하는 나지만, 중학생 때부터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요리가 김치수제비였다.
이제는 다시는 맛보지 못할 김치수제비.
할머니의 김치와 고추장.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할머니의 손맛을 추억하며 그리움을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