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서 제게 떠오르는 음식이 있었습니다. 제게는 할머니와의 추억이 담긴 음식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저는 여름 방학마다 할머니 댁을 갔습니다. 짧게는 1주, 길게는 여름 방학 대부분을 전라북도 군산의 할머니 댁에서 보냈습니다. 바쁘셨던 아빠는 방학 끝 무렵에나 우리를 데리러 오셨기에 늘 기차를 타고 할머니 댁에 갔던 기억이 납니다. 도착하자 할머니 댁에서 먹는 첫 식사에는 늘 빠지지 않고 식탁에 오르던 요리가 있었습니다. 항상 그 식탁에는 “부추꽃게찜”이 있었습니다. 할머니만의 비법으로 만드신 매콤달콤한 양념에 삶은 부추와 통통하게 삶은 꽃게를 함께 버무리고, 가득가득 접시에 담아 주셨던 것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방학만 되면 할머니 댁에 가는 것이, 할머니가 해주시는 그 부추꽃게찜이 기다려 졌던 것 같습니다. 제겐 군산 할머니 댁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이 부추꽃게찜이기도 합니다. 신기한 것은 성인이 된 지금까지, 어린 시절에 먹었던 부추꽃게찜을 다른 어떤 곳에서도 먹어볼 수 없었습니다. 부추꽃게찜은 할머니가 직접 개발하신 할머니만의 요리인 것 같습니다. 어떤 때는 방학이 아닌데 너무 먹고 싶어서 해달라고 엄마를 졸라본 적이 있었는데 할머니가 만드신 매콤달콤한 양념은 흉내낼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은 90이 넘으신 할머니는 더이상 군산에 사시지도 않고, 힘에 부치셔서 요리를 하지도 못하십니다. 성인이 된 제게도 더 이상 여름 방학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여름 휴가 때는 재료를 준비해서 할머니를 찾아가 볼까 합니다. 손자들을 위해 만드셨을 부추꽃게찜을 할머니의 지도를 받으며 제가 직접 만들어보고 할머니와 함께 먹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