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안의 추억이 담긴 음식.
멕시카나 양념치킨.
어릴적 맞벌이 하는 부모님 때문에 친구들보다 자주 시켜먹던 치킨.
엄마는 일이 늦을 때면 집으로 전화해 우리에게 치킨집에 먹고싶은 메뉴를 외상으로 주문해두면 퇴근길에 엄마가 돈을 내겠다고 말했다.
어린 나는 돈을 지불하지 않고 음식을 시켜먹는 행위가 용납될 수 없는 무시무시한 범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수화기 너머 엄마에게 울며불며 못한다고 엄마가 시켜달라고 떼를 썼다.
엄마는 끝내 긴 한숨을 내쉬며 알았다고 전화를 끊었다. 그 이후에 나는 치킨을 맛있게 먹었는지, 엄마가 일찍 퇴근하고 오셨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엄마는 요리솜씨가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외식을 자주 하는 것도 아니었다. 내 기억속에는 엄마의 음식으로 위로받고 사랑받은 경험이 없다.
음식과 관련된 추억이라고 하니 고작 양념치킨과 관련된 서글픈 사건만 떠오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