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밤을 좋아한다. 그래서 엄마는 밤이 나오는 계절이 되면 밤을 가득 사다 삶으시고는 밤 껍질을 예쁘게 까서 큰 그릇에 깐 밤을 수북하게 쌓아두신다. 밤의 계절이면 나는 삶은 밤 껍질을 까볼 겨를도 없이 식탁 위에서 냉장고에서 깐 밤을 쉽게 꺼내 먹을 수 있었다.
엄마가 아프시고 집에 계시지 않던 그 일 년. 밤의 계절에 나는 삶은 밤 껍질을 까보았다. 껍질이 미끄러워서 칼집을 내는 것 조차 쉽지 않았고,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게 밤이 부서지지 않게 까는 것도 너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그 때 알았다.
깐 밤은 엄마의 사랑이구나.
밤 껍질을 까시는 내내 그것을 먹으며 행복해 할 내 모습을 생각하시며 그렇게 내내 밤껍질을 까셨구나....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