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그럼 뭐야?"는 열두살인 내가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 왜냐하면 그 말은 내가 눈에 띄는 사람이고, 존재를 식별할 수 없는 사람이고, 집단에 속하지 않는 사람임을 기정사실화하기 때문이었다. 그전까지 나는 늘 내 절반이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했지만, 이젠 갑자기 그것이 내 본질적 특징이 될까봐 두려워져 그 흔적을 지우기 시작했다.
이희구
2024.05.03 화"넌 그럼 뭐야?"는 열두살인 내가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 왜냐하면 그 말은 내가 눈에 띄는 사람이고, 존재를 식별할 수 없는 사람이고, 집단에 속하지 않는 사람임을 기정사실화하기 때문이었다. 그전까지 나는 늘 내 절반이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했지만, 이젠 갑자기 그것이 내 본질적 특징이 될까봐 두려워져 그 흔적을 지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