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마리의 초파리 중에서 가장 건강한 열다섯 마리를 골라 번식시키는 것이 원영의 업무였다. 원영의 선택을 받은 초파리들은 시험관에서 일주일을 더 살 것이다. 나머지는 냉동실에 보관되다가 폐기처분될 것이다. (10)
손을 씻는 것을 잊어버렸다. 초파리들은 바이러스에 걸렸다. 그날 원영이 손을 댄 초파리는 다 죽었다. (27)
빨갛고 영롱했던 초파리의 눈이 화학물질에 절어 있는 불투명한 눈이 되었다. 실험동은 수만 마리의 벌레들이 득실거리며 병균을 옮기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차가운 형광등, 그 아래에서 허리를 구부정하게 굽히고서 현미경을 들여다보는 동료들, 머리카락이 후득후득 빠지는 원영. (27-28)
"엄마가 앉았다던, 그 땡볕 쏟아졌다는 창가에 앉은 사람이 나였어요. 그 자리에 앉을 때 엄마랑 눈이 마주쳤어요. 엄마가 밝게 웃으면서, 딸기가 맛있었냐고 물었어요. 엄마의 계산이 틀리지 않았더라면 내가 몇 시간 동안 땡볕 속에 앉아 있었겠죠."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