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풍기가 돌아가는 화장실에 앉아 있으면 살아오며 겪었던 온갖 폭력이 머릿속에 재생되었다.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폭력을 견디며 살아가는 걸까. 어떻게 그 끔찍한 모멸감 속에서 하루하루 버티는 걸까. 왜 나는 남들처럼 무뎌지고 담담해지지 않는 걸까. 눈점은 남보다 더 넘어지고 아파하는 자신이 미웠다. 이겨내라고, 사는 건 다 그런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무서웠다. 먹점이 아닌 다른 사람은 피하고 싶었다. 먹점이 퇴근해 돌아올 때쯤에야 겨우 이불 밖으로 나가 저녁식사를 준비했다. 그거라도 해야 세상에서 사라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을 것 같았다.
<김멜라- 저녁놀 p.65~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