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
"그 정도면 죽을 만큼 힘들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것보다 더 독한 일들이 세상 곳곳에서 벌어지더라. 일단 우리는 전쟁은 겪고 있지 않잖아. 지독한 곳에 끌려가서 고문을 당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내가 겪은 일로 죽어 버리겠다고 말하기는 나는 좀 그래. 하지만 유리야. 사람마다 느끼는 고통은 각각 다른 것 같더라. 감당해 낼 여건도 다르고. 설령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 죽음을 선택한 사람이 있다고 해도 함부로 말할 수는 없을 거야."
208
"있잖아. 유리야."
나는 백미러에 비친 선생님의 서글서글한 눈을 바라보았다.
"너무 힘들 때는 웃으려고 애써 봐."
"네?"
"힘들 때 웃는 거, 효과가 상당해. 이거 경험담이야."
나는 선생님의 모니터 바탕화면에 깔려 있던 코믹 재난 영화 포스터를 떠올렸다. 얼마나 힘들어야 웃음으로 고통을 포장하게 될까 생각했고 선생님의 모를 삶과 후회조차 할 수 없게 된 엄마 서정희 씨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