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에이지>는 '공의 기원'부터 시작하여 '골든 에이지'까지 소설들로 이루어져 있다. '공의 기원'을 읽었을 때는 이게 정말 소설이 맞나? 진짜 이렇게 된 건 아닌가?하고 책의 겉표지를 다시 살펴보았다. 소설이라고 명시가 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진짜가 아닌가라는 생각에 검색창에 토마스 굿맨도 검색해보긴했지만ㅎㅎ작가님이 가짜를 진짜처럼 너무 세밀하게, 세세하게 서술해주셔서 사실인지 헷갈렸다. '18인의 노인들'의 정체도 대단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실 수 있으시지? 몰입이 잘 되어서 빨리 다음 장면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계속되는 밤'에서는 미래에는 이런 시대가 오는 것은 아닐까하며 섬뜩하기도 했다. 더 과학이 발전하고, 사람들의 마음이 차가워진다면 이런 현실이 금방 올 것만 같아서 그 상황에서 나는 영원히 살 수 있는 선택과 자연스러운 죽음의 선택의 기로에 고민을 많이 할 예정이라 생각되었다.
'해변의 묘지'에서는 알레한드로의 난민 인정 신청이 거부되었을 때 나온 부분이 마음 아팠다.
213/ 생각해보니 과테말라시티의 쓰레기산 인근에서 태어났다는 것 자체가 이후의 모든 운명을 예고하는 전조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지구 위 어딜가도, 그리고 만에 하나 이곳, 생전 처음 발을 딛는 아시아의 낯선 땅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해도, 그는 영원히 거대한 쓰레기산과 그 사이를 휘감으며 흐르는 폭포수 같은 썩은 물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 어떻게 보면 그가 쓰레기산에서 살았던 게 아니라, 쓰레기산이 그의 내부에 단단히 자리잡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이 부분에서 '편견의 무서움과 선개념에 대한 경계심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얻은 정보로 인해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이 있다. 어떠한 소문을 들었을 때 처음의 말을 진실로 알았을 경우 후에 진실을 다시 듣는다고 하여도 내가 아는 사실이 진실이라고 여기며, 나중에 이를 알려준 사람을 설득하는 경우가 있다. 단지 처음 들은 정보가 진실이라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실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해변의 묘지'의 알레한드로도 어떠한 사람인지 정확히 경험해보지 않았는데 단순한 출생지로 그 사람의 운명이 좌지우지된다는 것에서 마음이 아팠다. 또한 나도 사람들을 그렇게 보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특히, 소외된 계층이나 소수 집단의 경우 더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던 것 같아서 반성하게 되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사실 처음에 이 책을 읽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설의 추천 이유 중 세월호의 내용과 관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제일 가까운 인연 중에서는 나의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께서 이 사고로 다시 만날 수 없어서 나는 이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를 보고 싶지 않았다. 또 안산에 살다 보니 친구 가족들, 후배 가족들, 엄마 친구 자녀들, 친구 동생 등 연관된 사람들이 많아서 더 아픔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소설을 읽기가 두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초반과 중반의 소설들은 재미있게 읽었지만 한편으로 그 사건과 관련된 부분을 읽게 될까봐...... 독파 마지막까지 못 읽고 있었지만, (읽을 때는 울면서 읽기는 했다.)다 읽은 후에는 작가님에게 감사한 마음이 있었다. 시간이 지났어도 이 사건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잊지 말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음에 위로를 받았다. 감사합니다.
225/ '당신이 돌아가고 싶은 날짜를 알려주십시오. 그에 맞춰 경계면의 정보를 짜야 하니까요.' 노인은 생각하고 말고 할 것도 없다는 듯 재빨리 대답했어. '2014년 4월 15일 오후로 가고 싶네. 거기서 더이상 시간이 흘러가지 않도록 만들어주게나. 부탁이야.'
257/ 나는 오래도록 화면을 들여다봤다. 공간 구석구석을 확대해봤고 맨 마지막엔 노인의 얼굴을 최대한 크게 잡아당겼다. 커다란 모니터 전체가 김상옥씨의 두 눈으로 가득 채워질 때까지. 그 확대된 눈동자 속에 소년이 비치고 있었다. "손주라고 하더군. 유일한 혈육이었다는데...... 이름은 몰라. 그라 말해주지 않았으니까." "근데 왜......?" "그날. 그러니까 2014년 4월 15일 이후로 아이는 돌아오지 않았어. 배와 함께 깊고 깊은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지. 그래, 그 많은 아이들, 그사람들 모두 다." "하긴, 자넨 모를 수도 있겠군. 그땐 아직 어린아이였을 테니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가 아주 낮게 중얼거리는 소리에, 난 고개를 들었다. 너무 나지막해서 거의 알아들을 수도 없는 목소리였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 망각이라는 놈의 정체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