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름만 들어도 어딘가 먹먹해지고 평생 지우지 못할 죄책감과 말로는 설명하지 못할 감정들이 줄줄이 떠오르는 이름. 엄마를 잃는다는, 상상도 되지 않는 일을 직접 겪고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삼키고 토해내기를 반복하며 '이별해낸' 여성 뮤지션이자, 작가의 이야기. 한인 2세로 태어나 한국인이던 엄마를 잃고 미국인과 한국인 사이에서 방황하던 그녀에게 H마트는 단순한 마트가 될 수 없었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일깨워 준 수단이었다. 잣죽과 김치는 그녀를 한국인답게 만들어주었고, 미셸은 잣죽도 김치도 만들지 못하는 나보다 더 한국인 다운 한국인이자 미국인이었다. 아빠를 잃는 것보다 엄마를 잃는 게 더 상상되지 않는 일은 그 존재가 '엄마'이기 때문일까. 우리는 여성으로써 더 깊은 유대감을 가지고 있고, 단지 여성이어서가 아닌 딸과 엄마의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때로 우리는 서로에게 솔직하고, 때로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 관계를 나누는데, 왜 항상 소중함은 사이를 잃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걸까. 우리 사이에 사랑보다 더 큰 단어가 존재한다는 걸. 사랑으로 말하기에는 불충분한 이 관계는 누군가의 희생과 애정으로 지속된다는 걸. 그리고 그 누군가는 항상 엄마였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