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먼드 카버의 유명한 소설 [대성당]을 읽어보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는 클래식클라우드 시리즈로 나온 [레이먼드 카버 x 고영범] 때문입니다. 20세기 후반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레이먼드 카버'의 인생 여정을 따라 작가의 작품세계와 그들이 살았던, 작품을 집필했던 공간을 찾아다니며 좀더 우리가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사진들로 한걸음 다가갈 이유를 만들어주는 책 덕분에 이름으로만 알고 있던 '레이먼드 카버'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고 그의 대표소설인 [대성당]을 읽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못 읽었다는 부끄러운 고백을 이렇게 늘어놓습니다. 대신 의외의 작품, 레이먼드 카버의 시집 [우리 모두]를 읽었습니다. 4월 푸르른 날들 중.
헤밍웨이를 닮은 눈빛의 레이먼드 카버 사진을 들여다 보며 그의 시들을 읽습니다. 세번째 소설집 [대성당]의 성공 이후 '시'에 전념한 그의 흔적들이 다섯 권의 시집으로 남았고 [우리 모두]는 이 시집들을 한 권의 묵직한 책으로 엮었습니다.
우리 모두, 우리 모두, 우리 모두는
우리의 불멸의 영혼을
구원하려 애쓰는데, 어떤 길들은
다른 길들보다 더
빙글빙글 돌고
종잡을 수 없다. - '스위스에서'
알콜중독과 가난했던 시절, 그리고 불안증과 불면증으로 고생하던 시절에 대한 시가 있는가 하면 발자크, 헤밍웨이, W.C. 윌리엄스를 위한 시, 1985년 출간 된 그의 시집 [물이 다른 물과 합쳐지는 곳]에 실린 '2020년에'에 담긴 '친구들이여, 그대들을 사랑한다, 진심이야. 그리고 내가 운이 정말 좋아서, 특별한 혜택을 받아서, 오래 살아남아 증인이 되기를 희망한다.'라고 쓴 문장(183쪽)에서 시대를 관통하는 레이먼드 카버의 날카로운 눈빛을 발견합니다. 베네치아의 곤돌라 사공이 당신에게 장미를 건네는 장면을 그려보고, 한편으로는 젊은 날 머시병원 야간 청소부로 일하며 겪었던 일상들이 '부검실'이라는 시에서 '가슴이 열린 채로, 주요 장기들이 그의 머리 옆 용기에 담겨 있었다.'(305쪽)라고 모습을 드러냅니다. 하나의 시가 짧은 산문보다 깊은 속 이야기를 담고 있어 읽을 수록 궁금증 또한 깊어 갑니다. 시 인가 싶으면 일기 같고, 일기 인가 싶으면 산문 같고, 편지 같고, 고백 같은 레이먼드 카버의 시집 [우리 모두]를 천천히 음미하고 드디어 [대성당]이 단편소설집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시집을 읽는 동안 그의 생의 역경들이 어떤 모습으로 숨겨져 있을지 기대하며, 지면 가득 채운 네 쪽에 해당하는 시 '레모네이드'를 읽고, 안톤 체호프의 단편 소설들을 읽을 때만다 하나에 하나씩 시로 댓글을 단 듯한 카버의 시들 또한 읽습니다. 찬란한 찬미의 감탄사는 없으나 카버의 시들은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그가 시로 표현한 책들을 읽고 싶은 책들의 목록에 올리며 [우리 모두] 봄날의 종잡을 수 없는 시세계로 빠져들어 행복한 하루라는 선물로 가득한 시간을 맞이하길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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