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간은 불가역적으로 흘러간다. 점점 더 나빠지든, 점점 더 나아지든 세계는 변화한다. 순환적인 시간관에서 현재는 반복되는 주기 가운데에 있는 특정 시점이다. 이때 역사는 자연의 보편 법칙과 맞물려 돌아가는 수레바퀴이다. 되풀이되는 세계 안에 새로운 것은 없으므로, 시간이 돌고 돌아도 세계의 본질은 변화하지 않는다."(p261)
"요컨대 역사는 시간의 더께로 이루어진 지층 저 아래로 산발적이고 파편적으로 발굴되는 유물과도 같으며, 우리는 '지금'이라는 지표에서 그 특정 사건과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는다."(p 263)
김희선 작가의 이야기는 시간과 망각의 더깨를 잔뜩 입고 거의 잊힌 것들에 대한 새로운 옷 입히기 과정이다. 파묻히는 진실 속 숨겨진 비밀을 상상하게 만든다. 그리고 잊히고 소외되는 것들을 망각하지 말라 말한다.
김희선 작가가 말하는 평행세계는 그 독자만이 오롯이 감지할 수 있다.
새로운 진실을 담아낸, 잊힌 공허의 세계가 되살아난다.
그리고 우리에게 신선한 공유, 그 낯선 기쁨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