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에이지>
"만약 가능하다면, 자넨 어느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가? 자네의 골든 에이지, 그게 언제냔 말일세."(p 251)
우체부 박 씨에게 위임장이 적힌 쪽지와 열쇠만을 남기고 돌연 사라진 김상옥 씨. 여행? 실종? 살해? 그의 행방은?
박 씨와 보완업체에서 일하는 나는 김상옥씨 집 밖을 서성이는 수상한 그림자를 발견하고, 역시 범인은 사건 현장에 출몰한다며 그를 살해 범으로 지목한다. 지하실에 굴러다니는 김상옥 씨의 특이한 손톱과 화가 그림을 그리는 소재로 말미암아 추리한 결과다.
"그래요. 김상옥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요. 정말입니다. 내가 그를 죽인 게 아니라고요. 그는 죽기 전에 그 모든 걸 계획했고, 말도 안 된다고 끝까지 거절하던 나에게 거의 매일 찾아와 간절하게 졸랐어요. 제발 자기 자신을 이용해 그림을 그려달라고."(p 243)
나는 <지구 전파사>로 향한다. '끈이론'의 대가이자 노벨상 수상자 #난부요이치로 제자였던 물리학자. 신비주의자이며 미치광이, 3류 SF 작가로 불리는 그의 이론은 '세계가 하나의 홀로그램'이라는 것. 그의 깨달음을 집대성하여 자비출판한 『홀로그램 우주:실전 편』은 폐기되기로 결정했지만, 김상옥 씨의 손에 들어가게 되고, 김상옥 씨는 그 이론을 실천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사실은 우주라는 구의 표면에 새겨져 있는 이차원 정보고 그 내부로 투영된 삼차원 홀로그램이라는 것. 이런, 자넨 내 말을 믿지 못하는군...
하긴, 굳이 이 우주론을 믿을 필요는 없을지도 몰라. 어차피 진리란, 누군가가 믿고 이해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그저 세상 그 자체일 뿐이니까. 여하간 확실한 것은, 2018년에 상대론적 중이온 충돌기 실험이 성공함으로써 홀로그램 우주론이 명실상부한 '진리'가 됐다는 사실일 거야...
그런데 난 한 발 더 나아가 이런 생각을 했지. 즉, 우리도 어떤 닫힌 공간을 만들고 그 표면에 정보를 새겨 넣는다면, 작은 규모의 홀로그램 우주 비슷한 걸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고."(p 247~248)
"자신의 가장 소중한 순간으로 되돌아가 거기서 영원히 그 시절을 반복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인간은 어떻게 할까? 그런데 거기에 한술 더 떠 현재의 삶이 거의 지옥에 가깝다면? 그때 자네라면 어떤 선택을 할 거냔 말일세. 고민 끝에, 결국 나는 내 이론을 포기하기로 했다네."( p 251)
"저어……아까 말한 그 날짜, 적어주시겠어요? 배와 사람들. 내가 모르고 있는 게 뭔지, 그리고 우리가 망각해가는 것이 뭔지, 알고 싶어서요."(p 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