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 소설이 줄곧 한시성으로 점철된 시간, 거기에 묻혀 잊힌 존재와 비밀들, 망각에 힘입어 은밀하게 겉모습을 바꾸며 되풀이되는 비탄의 기원을 불러일으켜서 바로 그 한시성과 망각에 따른 반복에 저항했듯이, 우리도 우리 자신의 망각에 저항하여 김희선이 만들어낸 홀로그램 우주 안에서 벌어진 일들을 책장을 덮기에 앞서 다시 한번 기억에 새겨보도록 하자. 잊지 않기 위해 달력에 표시를 해두듯, 되풀이되지 않게 하고자 기억하려고 애쓰듯 그렇게. 미약하나마,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