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계속되는 밤>
"도대체 요즘 같은 세상에 제대로 된 새 장기를 구하지 못해 속절없이 죽어가는 인간이 존재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p 113)
줄기세포를 분화시켜 새로운 인체 장기를 만들어내는 조직공학과 재생의학 산업이 호황을 누리기 시작한 미래의 어느 날, 이제 인간은 낡고 오래된 몸을 새롭고 싱싱하게 리셋 가능하게 되고, 차별 금지법 은 강화됐지만, 부익부 빈익빈 은 더욱 치열한 양상을 보인다.
"어떤 이유로도 타인에게 그의 생물학적 나이에 관해 언급해서는 안 된다."라는 48조 개정 차별 금지법조차도 점점 더 영생에 가까워져가고 있는 극소수의 인간들을 위해 만든 편의다. 거의 두 세기를 걸쳐 살아내기가 가능해진 인간. 미래의 인간은 생체 기계로 전락하고 마는 것일까? 이제 기계로 치면 거의 폐품에 가까워진 인간을 자연인이라 칭한다.
"윤과 나는 서로 모르는 척했지만, 군이 우리 같은 자연인을 우대하는 이유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영생을 얻기는 애당초 그른 존재들. 다 낡아서 사막 한가운데 쓰러져 몇 조각의 부품 덩어리로 남는다 해도 별로 아까울 게 없는 인간들. 그게 바로 자연인이었다."(p 133)
두 세기가 넘는 전쟁이 지속되고 나는 아내의 인공장기를 갈아주기 위해 윤과 군에 입대 원서를 낸다. 아내에게 라이프사이언스에 접수한 국가 보조금 신청서가 통과되었다 말한다.
"이제 그녀는 좀 더 생명을 연장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늘려간다면 우린 영생을 얻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영원한 삶 비슷한 그 무엇까지 다가갈 것이다."(p 136)
더욱 발전한 미래에서 느끼는 암울한 실상. 생명연장의 신비는 과학 발전의 명과 기계화된 인간의 암을 극명하게 대비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