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인의 노인들>
"그의 평온한 표정에 근심이 어리는 것도 항상 그즈음이었는데, 그것은 모두 시인의 가슴속에 깃든 남모르는 열망 때문이었다. 아무도 모르게 숨겨둔 그 열망은 시인의 내면을 좀먹어들었고 그래서 그의 심장은 벌레 먹은 나무 이파리처럼 서서히 쏠아들어갔던 것이다."(p 74)
가을이 되면 노벨상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국민 시인. 그런 그에게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의 비밀 결사'로 부터 편지 한 통이 온다.
"당신은 아직도 노벨상을 기다리고 있습니까?"(p 78)
"우리는 문학에 테러를 일으키고자 합니다. 문학에 테러를 가하는 이유는, 그렇게 함으로써 죽어가는 문학에 생기를 불어넣어 아주 오래전 문학이 생생히 살아 숨 쉬며 삶의 펄펄 뛰는 단면을 보여주고 그것이 독자들에게 무한한 즐거움과 감동을 주던, 그 시절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서입니다."( p 80)
그런 그들이 '신'이라고 불리는 스웨덴 한림원 18인의 종신회원들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들이 노벨상을 선정하는 방식은 제비뽑기이며, 그들은 외게에서 온 토끼라며, 이 위대한 여정에 시인이 동참하길 바란다.
"시인은 지금이라도 이런 말도 안 되는 바보짓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생각과, 동시에 대체 이 남자가 뭘 하는 건지 알고 싶다는 이상한 호기심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서 있었다."(p 85)
"사실 지구인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독자층'을 골탕 먹이려던 우리의 복수는 실패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걸 우린 뒤늦게야 깨달았지요. 처음부터 우린 지구 문명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달세계와 비슷할 거라고 착각했던 거지요. 그래서 문학계만 접수하면 지구인의 정신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고 오판했던 거고요. 그러나 우리가 문학을 휘두르든 말든, 인류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나중에야 우리는 정말로 지구인의 정신을 지배하려면 차라리 할리우드로 갔어야 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p 103)
이제 뒷일을 시인과 독자에게 맡기고 지구를 떠나려고 하는 토끼 부대. 올해의 노벨상 수상자는?
그녀의 놀라운 상상력의 원천은 어디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