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시작하려는 이야기들.
<카밀라 수녀원의 유산>에서 카밀라의 말처럼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이제 겨우 시작하려는 이야기들인 것 같습니다. 모든 이야기의 끝이 새로운 시작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기울어진 마음을 인정한 승은과 선택을 내린 혜원, 자신의 과거를 섣불리 단정하지 않으면서도 선명하게 인식하게 된 <우리에게 다시 사랑이>의 ‘나(그녀)’, 비로소 사랑을 깨달은 <천진한 결별>의 ‘나’, 해옥의 흰 발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는 정희, 그리고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프롤로그에 불과하다며 이제야 겨우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참이라는 카밀라까지. 저는 실수를 범하고 가끔은 이기적이기도 한 사람, 그러다 영영 패배하는 사람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척비척 나아가는 사람으로서의 여성의 이야기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현실의 여성이니까요. 그런데 이 책에는 그 외에도 미처 제가 알지 못했던 얼굴을 가진 여성들의 이야기가 가득했습니다. 그리하여 새삼스럽게 느꼈습니다. ‘저택의 안팎에서 살고 죽어간 여자들의 서로 다른 비극의 기록’이 넘쳐난다는 것을요. 여성들의 이야기는 이제 겨우 시작 단계라는 것을요. “우리에게 다시 사랑이”는 여성들의 이야기에 더욱 귀를 귀울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