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의 디지털 장의사 '강모리'가 누군가의 신고로 경찰서에 불려가고, 그로 인해 더 이상 '디지털 장의사'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그의 다짐과 상관없이, 같은 반 친구인 '윤리온'이 도와달라고 부탁을 하면서 스토리가 전개 된다. 가수 경연대회에서 얼굴이 알려진 리온이를 질투한 구 베프인 재이가 그녀를 곤경에 빠트리고, 모리만이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한 편, 재이는 리온을 수렁에 빠트린 가해자인 동시, 같은 학교 진욱에게 협박을 받는 피해자이기도 하다. 결국 모리와 진욱은 온 오프라인 상에서 물고 물리는 싸움을 하다가, 경찰의 도움으로 진욱이 입건되면서 사건이 마무리되는 모양새를 지닌다.
200페이지 남짓의 짧은 소설로 담아내기에는 너무나 무겁고 가슴아픈 현실이 떠올라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이었다. 피해자의 고독한 싸움, 피해자를 도우려는 사람을 향한 편견, 그리고 악과 싸우기 위해 자신도 악의 오물을 뒤집어써야 하는 상황이 간결하면서도 강렬하게 묘사되었다. 자신이 피해자란 이유만으로 2차 가해의 장본인이 된 사람에게 나는 개인적으로 그 어떤 변명도 허용하고 싶지 않지만, 이 소설의 작가는 나보다 조금 관대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으로써, 요즘 학생들이 저지경이 되도록 학교에서 온갖짓을 하고다니고, 해킹의 해킹을 하는 하이테크 뻘짓거리를 하고 있다는 것에서 한숨을 넘어선 경악도 했다. (이래서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생각도 함 ㅎㅎ)
마지막에 모리가 자신의 첫번째/ 실패한 의뢰인 '선우해연'의 묘를 찾아가 그동안 있던 일들을 이야기 하는 대목에서 마음이 짠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에게 모리가 고등학생으로써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는 게 보여서. 그리고, 마지막에 자살시도 후 코마상태였던 리온이 눈을 뜨는 것에서 나도 희망을 갖고 책을 덮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