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으면서, 조카가 언니와 도서관을 갈 때 이런 기분이겠구나 싶었다. 나는 책을 사서 집에 놓는 것만으로도, 읽지 않으면서, 만족감을 느끼는데,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도 이런 매력이 있구나. 조카도 이렇게 커서까지 이 느낌을 기억하게 될까...
p18~p19
나는 아주 꼬마였을 때부터 어린 시절 내내 엄마와 함께 일주일에도 여러 번씩 도서관을 찾았다. 우리는 들어갈 때는 함께였지만 문을 통과하기가 무섭게 흩어져 각자 좋아하는 구역으로 내달았다. 도서관은 내게 자율권이 주어졌던 최초의 장소였다. ...(중략)... 도서관에 있는 시간은 내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보다 더 부자가 되어 떠날 것을 약속하는, 방해받을 일이 없는 꿈같은 시간이었다. 상점에 갈 때와는 달랐다. 상점에서는 내가 원하는 것과 엄마가 사주고 싶어하는 것 사이에서 줄다리기가 벌어질 게 뻔했다. 반면 도서관에서는 원하는 것을 뭐든 가질 수 있었다. ...(중락)... 집으로 가는 길에 엄마와 나는 어떤 책부터 읽을지, 언제까지 반납해야 되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반납일 전까지 금방 사라져버릴 이 마법 같은 유예의 시간 동안 우리의 속도를 조절할 방법을 정하는 엄숙한 대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