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유물과 전통문화는 조상들이 후손에게 남긴 편지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부모에게 받았던 좋은 것을 자녀 된 너희에게도 전한다. 우리네 인생은 이러했다.
그러니 너는 우리가 먼저 깨달은 좋은 것을 취하고 우리가 먼저 저지른 그릇된 것은 삼가라.
사유하며 깨닫고, 노래하며 춤추고, 기록하고 그리워하며 너에게도 나에게도 하나뿐인 순간과 인생을 누려라.
그리고 너는 이것에 더 나은 것을 보태어 너희 자녀에게 전하라."
저에게 있어 편지는 발신자보다 더 오래도록 제 곁에 머물러있으면서, 잊었던 것을 기억나게 하고 당시에 깨닫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게 합니다. 별것 아닌 이야기가 담겨있을지라도, 그 편지를 주고받았던 시간과 사람이 떠올라 그 존재만으로도 저는 즐거워지고 뭉클해집니다.
우리의 조상이 남겨준 유물과 문화는 편지와 같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자꾸 수집하는 것입니다. 모아두고, 정성스럽게 펼쳐보고, 오래오래 제 다음의 수신자가 선명하게 읽고 느낄 수 있도록 보관하는 것입니다. 제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서 다음 세대에 전해주고 싶은 것을 선별하여 남기는 것입니다. 제 의도와 상관없이 사라지고 남는 것들이 있겠지만, 제 손을 떠난 편지는 더 이상 제 소관이 아니니 미련은 내려놓고요.
그렇기에 작품을 물질로 남겨두지 않으려는 (동시에 기록으로는 남겨두는 아이러니한) 예술가의 작품에도 비슷한 의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작품에는 의도가 있고, 메시지가 있으니까요. 그것이 단 한 명이라도 받은 이가 있다면 눈 깜짝할 새라 할지라도, 작품이 존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그 한 명이 아니라면 너무나 아쉽고 억울할 것 같지만, 제가 그 한 명이라면 온 세상을 가지기라도 한 것처럼 감격스러워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