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천 개의 직업과 더불어 하나의 직업을 찾아가는데도 천 개의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간이란 스스로 길을 만들어 걷는 존재이지, 컨베이어벨트 위의 부품처럼 그저 잘 만들어진 길을 기계적으로 따라가는 존재는 아닐 것이다. 나 역시 딸아이에게 하얀 도화지 한 장을 건네주며, 삶이란 열심히 그리다가 이상하다 싶으면 지우고 고쳐가며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그저 열심히 그려가는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아이들은 창작 과정에서 매 순간 자신이 선택한 방법과 행동을 돌아보고 수정해나가는 경험을 통해 자신이 자기 삶의 주인임을 깨달아간다. 나 또한 내 인생을 통해 내가 아이에게 말해준 것과 같은 소박한 진실을 몸소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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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보존복원가이면서 저자, 강의자, 음악연주가, 해설가, 예술평론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김겸이라는 분을 알게 되었다. 이 분이야말로 통합형 인재의 좋은 예시라고 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요새 학생들에게 문이과 통합을 안내해주며 고민하던 주제라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다.)
그런 저자가 에필로그에 '천 개의 직업'을 언급하며 "예술의 창작 과정처럼 인생도 그러하다."라고 던진 메시지가 마음에 와닿았다. 수많은 선택과 수정을 거듭하며 완성되어가는 인생이라는 작품, 그리고 그 작품의 주인은 오롯이 나의 것이라는 말에서 용기를 얻어간다.